환관은 현대용어를 써서 말하자면 황제의 비서실장이었다. 군주와 함께 자라나고 지근에서 함께 황제를 보필했다. 역사상으로 왕조를 열을 정도로 강인한 군주에게는 환관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한 충신이었다. 황제는 환관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잠을 청하기도 했고 환관은 황제에게 조언하고 국정을 했다. 때로는 현명한 환관이 국정을 도왔고 때로는 국정을 농단했다. 많은 경우 환관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발호하기도 했다. 이는 국정에 득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했다.
황제는 스스로 국정을 운영해야 했던 고독한 존재였다. 환관은 가족과 떨어져서 대를 잇는 것도 불가능한 고독한 존재였다. 고독함이란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감정을 공유한 이 둘 사이에는 남모를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라가 망하고 외적이나 반란군이 궁궐을 포위해오는 사태가 일어나면 신하 한명도 황제를 위해 죽지 못한다. 명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이자성이 궁궐을 포위해올 때 명나라 마지막 황제는 목을 메어 자살했는데 이때 따라죽은 단 한명의 사람이 그를 따르던 환관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여러 글에서 반복하지만 군주의 곁에는 환관이 따라다녔다. 재상과 같은 권한이 강한 신하들도 있었지만 출퇴근하는 관리들이었다. 군주의 곁에서 늘 있지 않았고 심지어는 견제 세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임명은 군주가 하지만, 때로는 저항하는 세력이기도 한 것이다. 군주의 정권/군권에 견제로서 재상의 치권/상권이 있어왔는데 외척이나 환관에 상응하는 세력이라 명나라 주원장은 죽을때 재상 제도를 부활시키지 말것을 주문했다고 알려져 있다. 왕조를 새롭게 열을 정도의 경험많은 태조들에 비해 그의 후손들인 황제는 힘이 미약하거나 어린 시절에 등극해서 유약했다. 이는 황제가 고독한 존재였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곁에 두고 늘 마음을 공유하던 환관에게 큰 권력이 주어짐을 의미한다.
환관은 또 환관대로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었으므로 황제를 이해하고 보필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은 것이었다.
그러나 환관도 인간이라 부패하기도 했다. 삼국지연의의 서두에 나오는 십상시가 그러한 예였다. 어린 황제를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기도 했다. 환관들은 거세를 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와서 세인들에게 혐오감도 주었는데 삼국지연의처럼 전승된 설화 집대성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이야기에서 십상시가 상징적인 부패 세력으로 그려진 것은 의미가 깊다. 어린 황제는 자기와 친밀하고 감언이설을 하는 존재인 십상시에게 마음을 준다. 그러나 결국 후한은 망하고 만다.
청대까지도 환관이 있었다. 이들은 황제의 비서실장으로 친밀한 존재였으며 국정을 보필하기도, 망치기도 했던 존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