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의 이해는 이것으로부터 “현대사진을 보는 눈”

현대사진을 보는 눈
한정식 지음
눈빛 펴냄
2007년 3월 10일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이제는 사진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말도 이미 20년전에 유행하던 말이 되었다. 그전보다 많은 량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축적되었고 카메라가 없더라도 스마트폰으로도 사진을 찍는게 익숙해져온 세월이다. 사진책도 많이 본다. 전시회도 간다. 사진이 일상적으로 익숙해진 요즘에도 작품사진을 보면 어떻게 이해할지 심미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현대사진은 표면적인 시각적 의미도 있지만 무엇을 찍었는지에 대한 사진적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보는 것이 일치적이지만 해석하는 것도 수반된다. 과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아는 것은 사진을 보다 더 심각하게 알려는 감상자적인 능력이자 배움으로 얻어지는 인식력이다. 우리들이 보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의미다. 사진 이미지 안에서 펼쳐지는 내용을 보는 것이지 사진 그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특히 현대사진은 사진의 태동기에 사진의 덕목으로 되었던 현실 그자체가 아니다. 사진의 태동기에 찍혀진 초기 사진은 현실을 표현한 것으로 언어로도 전달이 가능했던 것을 시각적으로 번안한 것이었다. 일종의 정형화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진은 초기 사진과 시각적인 대상이라는 점에서는 같으나 여러 기술과 접목되어 그자체로는 평범한 이해에 그치는, 보다 더 깊은 의미가 가능한 매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사진 이해와 창조에서 어떤 단서로 이를 획득해야 하는가?

220여페이지의 긴 글에서 우리는 이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세가지 사안을 추려내서 소개해보겠다.

1) 사진은 상상력이다. 사진적 의미가 중요하지 대상보다 표현성이다. 현실은 무규정적이다. 정형화된 문학적 언어도 아니다. 작가가 순간적으로 느낀 주관적인 느낌의 표현이다. 느낌은 흔적으로 남아 전달된다. (예: 비둘기를 찍으면 무조건 날아가는 장면이어서도 안되고 세계평화라고 의미부여해도 안된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창작을 하든 해석을 하든 상상력을 활용하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2) 사진은 발명당시 미술 또는 회화와 구별되는 사실성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현대사진은 추상적인 것을 갈 길로 발견하였고 그래서 조형이 자유로운 미술에서 그 요소를 빌려왔다고들 한다. 통념처럼 미술과 사진은 미묘한 경쟁관계였는데 미술이 앞선 매체라 사진이 시각적 추상 요소를 미술에 종속적으로 빌려온 것이냐는 논제가 제시된다. 미술에 종속적이냐 아니냐라는 판단 욕구 그것은 사진만의 고유성을 만들려는 집착이다. 창작에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되지 무슨 절대적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과 회화는 서로 같이 시각 예술이라, 공유하는 지점이 없을 수가 없다. 구별점은 창작의 전제를 고안하는 용도로 쓰면 된다. 구별점이 있으면 공통점도 있고 이 요소들을 잘 구성해서 작품을 만들면 된다.

(3) 자기의 사상과 표현성이 담겨있으면 남들이 셔터를 눌러주고 촬영한 사진도 자신의 작품이다. 신디셔먼과 같은 예가 존재한다. 물론 이는 한정식 선생님이 느낀 것이지 그 작품 자체가 이를 입증하려고 제작된게 아니라고 직접 명확히 언급하신다. (1)과 (2)의 연장선상 같다. 상상력으로 사진의 추상성을 만든다. 상상력으로 사진의 추상성을 이해한다. 이 두가지의 순환이 사진의 촬영과 해석이다.

이 단서들은 80페이지 분량의 앞부분 제7장까지의 해설을 요약한 것이다. 시각적인 현상과 이에 대한 표현을 신비롭게만 보는 것도 아니고 해석을 최대화하는 것이되 창작과 해석 두 측면에서 사진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다. 이보다 더 깊은 일독도 되겠다. 정리하자면 사진은 무규정적인 대상을 상상력으로 찍어내어 사실적이고 추상적인 조형에 의해 작가의 사상과 표현성을 담는 매체다. 창작의 방법은 다양하며 중요한 것은 작가의 사상과 표현성이다. 현대사진은 이 사상과 표현성을 어떻게 담아내는지의 탐구였다. 난해할 것 같은 현대사진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사진들의 대상적인 것을 해석하는 단서를 아는 것이다. 이를 이책 전체에 걸쳐 해설해주신다.

제7장 이후의 내용.

(4) 사진은 시각적 대상을 찍은 것이라 공간적이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이며 하나의 사진 프레임 안에 포획된 시간성이 중요한 창작과 이해의 전제가 된다. 근대사진의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또한, 초견상 보이는 것은 공간적인 것을 포착한 순간이라, 이를 이해하는 한층 더 높은 경지의 전제인 시간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간적 순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5) 자연적인 대상을 찍은 그자체로의 세계에 작가만의 프레이밍에 의해 포착된 사진을 보면 우리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혼란을 일으킨다. 프레임은 절대적 위치이며 주위가 단절된 인간의 시야와 같다. 선별된 프레임을 의미화하는게 사건이다. 사건은 공간에서 일어난 시각성의 프레임화이다. 프레임은 작가의 의식이다.

(6) 색채의 사용은 또하나의 사진적 조건이다. 언어로 설명이 안되는 시각적 주의환기라는 과학적으로 표현이 안되는 조건에, 필름의 화학적 조성이나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와 설정에 의한 과학적 기술의 결합에 의해 색채와 채색의 의미가 찾아진다. 과학이 아닌 것만도 아니고 과학인 것만도 아닌 예술적인 표현성의 문제가 된다. 대상의 색채를 존중하면서 주관적으로 통제한다. 이 방법을 아는 것이 색채와 채색의 논제다. 실재로 필름 시대에는 사진인화지에 색채를 채색하기도 했다. 즉 예술적 표현을 위해 과학적인 것은 도구가 된다.

(7) 근대사진은 사진영상의 순수성을 존중했다. 교훈적 회화 전통의 영향으로 현상 그대로를 찍고, 그 의미를 전달했다. 언어로도 충분히 표현되는 것을 영상으로 보였다. 현대사진은 이보다 한층 더 추상성을 받아들여 작가의 순간적 느낌을 포착한 주관적 표현으로 세상에 나왔다. 순수한 사진적 입장이기도 하고 때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어떤 인상을 준다. 근대사진은 표현기법에 무관심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현대사진은 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을 한다. 다양한 표현방법은 기피할 대상이 아니다. 사진가 자신의 선택사항이다.

정리하자면 사진은 시공간의 표현성이고, 기술적인 프레임의 구획 내에서 작동하며 순수성도 좋고 표현기법의 채택도 좋다. 무엇보다도 뭐는 안되 뭐는 되처럼 너무 제한을 가하기보다 창작에 필요한만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의 창작에 대해 주목했는데 사실 이책은 창작적 요소도 배울 수 있다. 보다 궁극적 목표는 현대사진을 바라보는 눈이며 현대사진의 주요 개념을 포착하여 사진학, 미학, 예술사학적인 의미를 참신한 해설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학을 가르치는 책이라 정련되면서도 세련된 필치로 상세하게 알려주신다.

한창 사진에 관심가지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던 시절에 책 저자로 알게 된 분이 한정식 교수님이시다. 글을 잘 쓰시고 어려운 것을 알기 쉽게 전달하시면서도 미려한 언어로 독자 스스로 느끼게 하시는 솜씨가 탁월 하시다. 안타깝게도 올해 별세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학 재직시절 20년간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신 기여를 하셨습니다.

요즘 한정식 선생님의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사진을 볼때 우리는 흔히 문학성과 언어의 정형성으로 보기도 한다. 비둘기를 보고 자동적으로 세계평화!라고 본다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식상하다. 이에 대해 선생님은 현상의 무규정성을 말씀하시면서 사진은 종이 위의 은입자만인 것도 아니고, 찍힌 대상의 사물성 그자체도 아니고 작가의 시선에 순간적으로 감화된 주관성의 영역이라고 하신다. 규정된바가 없는만큼 현상 그자체는 소재가 될뿐, 무언가 전달하려는 의미와, 소재를 질리지 않게 해줄 조형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사진의 의미는 한없이 신비로워 알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 같다. 그냥 찍기보다 적절한 작품 구성에 개입과 조형 조건을 지키고 사진을 찍고 소재주의보다는 의미 창출에 비중을 두는 사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둘기가 닭둘기가 되어 뒤뚱거리며 모이를 게걸스럽게 쪼아 먹으며 지나가는 장면도 기괴하지만 작품이다. 비둘기의 배설물로 뒤덮힌 버스정거장 도로를 조형적 배경으로. 누구나 평화의 상징으로 보는 대상에 이런 비틀음을 주면 다들 느낌이 새로워지는 감상이 된다. 정형성 이면의 의미가 표현된게 사진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예시하신 사진들은 충격적인 것도 있고 잔잔한 가운데 점잖은 의미전달의 사진도 있다. 각별히 의미가 주어지는 깊이가 깊은 예술성을 잘 살피고 싶다. 비둘기 예시가 조금 엄한데 이해는 될 것 같다.

선생님과 인간적인 교우도 없었고 직계제자도 아닌 일개 독자에 불과한 저지만, 이경률 선생님과 함께 존경하는 사진 학자중의 한분이시다.

혹시 사진을 촬영할때 실기뿐아닌 사상적인 배경도 아우르고 싶으시면 강추하는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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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청색공책
청색공책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자 정보 제공자입니다. 어린 시절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이겨내고 활로를 찾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탐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관심분야가 특징이구요. 도서관 사서와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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