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훈
각본 엄유나
각색 조슬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치만, 유해진, 류준열 외
제작사
더램프, 시그니처 필름
개봉일 2017년 8월 2일
이 영화는 독일인 기자 위르겐과 중년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다.
때는 1980년 5월 18일로 거슬러올라간다. 광주에서는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에 반대하는 군중의 데모가 있었고, 타지역 사람들은 아직 평화롭게 살아가는 어느 날이었다. 10대 딸이 있는 중년의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여느 때와 같이 택시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딸의 일과를 걱정하고 깍듯이 하는 아빠다.
그러나 밀린 월세 10만원을 못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혼나고 그래도 알뜰하게 돈을 벌어 모아오는 것 같다. 딸이 발이 자라서 운동화가 작다고 할때 운동화도 사달라고 하지…라고 그저 얼버무리는 무뚝뚝함이 매력. 그래도 딸이 차려주는 저녁밥을 먹으면서 내일을 향해 가는 우리네 아빠다.
어느날 주인아주머니의 혼내킴의 여운이 남아있을때 믿을만한 친구와 밥먹으러 왔다가 이웃 테이블에서 “10만원을 주는 택시 운전 기회”의 얘기를 얼핏듣고 몰래 밖에 나와 그 기회를 가로챈다. 거기서 독일인 기자 위르겐을 접선하고 광주로 향한다.
이로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만섭(송강호 주연, 김사복으로 나옴)은 사우디에도 다녀왔다는 중년 아빠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택시 운전을 하고, 돈에 솔직한 그때 한국 남성들의 표본이다. 독일인 기자 위르겐 (토마스 크레치만 주연, 위르겐 기자로 나옴) 에게 본의아닌 외국말 테러의 무례함도 보이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한국인의 정이랄까 그런게 있는 사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 얼떨결에 같이 하게 된 둘 사이에 있는 휴머니즘이 영화 전반을 타고 흐른다.
정권의 부당함에 항거하는 시민들에게 매와 실탄으로 대응한 희대의 사건에서 그당시의 급박한 현장도 잘 묘사되어 있고, 주인공 두명과 이들을 보조하는 조연들의 끈끈한 우정도 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증명해준다.
신군부의 만행과 후진국적인 군인 정권이 저지른 오만한 하루의 일과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성과 조금 떨어진 지역으로 회피해서 있게 되는 아슬아슬함이나, 주인공들이 고생하고 주인공과 동행한 사람들의 협동과 희생정신은 정권이 무얼하든 국민들은 국민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엄마아빠라는 것, 그럼에도 군사력으로 무장한 정권에 항거하는 협력과 저력을 가진 진짜 나라주인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계엄군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무자비한 폭동적 시위진압을 하였고 많은 이들이 죽거나 부상하고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국민들은 결국에는 승리하게 되었지만, 이 역사적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오랫동안 남아서 회자될 것 같다.
만섭의 괄괄한 성격을 보면 그당시 팍팍한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자기의 선을 그으려는 본능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의리를 지키려는 내면의 힘을 가진 분들이 우리네 아빠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괄괄하고 돈을 밝히고 영어도 무매너로 일관하는 만섭도 위르겐이라는 매너있고 독일에서 온 기자양반도 훗날에 도움을 주어 감사하다는 신문기사에 나오듯이 한국식 무대뽀 살림살이와 외국의 인권수호적인 일처리가 조화롭게 되어가는 한 과정이 감동적이다.
스포일러가 될듯해서 자세한 묘사는 안하겠지만 만섭과 위르겐이 서로 첫대면할때의 서먹함이나 말다툼에도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가는 과정도 재미가 있다. 여기에 긴장이 풀릴만하면 보여지는 진압현장을 보게 되면 다시 숭고한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소시민의 삶과 오버랩되면서 영화가 끝나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주인공들은 영웅적으로 일을 해결하는게 아니라 진압현장에서 압도당하고 도망도 치고 변명도 하는 평범한 시민이다. 이들이 결국에는 각자의 목표를 이루고, 시간이 지나 세상살이에 모가 둥글둥글해진 연세로 서로의 소식을 확인하고 택시는 또다른 손님을 태운다.
애초에 만섭이 돈에 환장해서 약속된 택시의 일을 훔친 것은 우연의 일이었으나 결국 기자가 취재에 성공하게 얼떨결에 돕는 것이 역사의 필연이 된 것이 흥미롭다.
송강호가 상도 받고 한국에서만 천이백만명의 관객을 몰이한 영화로, 신파극 같다고 느낄테지만, 리얼한 장면 묘사와 캐릭터들의 뚜렷한 성격 묘사가 돋보이는 휴먼드라마다.
일단 이렇게 리뷰를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