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월 사진 소개

제프월의 사진에는 결정적 순간에 대한 창작과 사회적 의미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의 작업에 나타나는 창작 장면의 모티브들은 스튜디오의 여성의 표정, 거센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각개각층의 인물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병사들과 같이 특정한 단면의 사회 문제들의 패턴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의 시선은 분명 장면 자체의 아름다운 미학이나 가벼이 보고 즐기는 일상성의 내러티브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고, 사건을 구성하는 장면의 가장 핵심적인 구조를 끈기있게 주시한다. 그는 이를 통해 “사회적 장면”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창작의 법칙을 통찰하고 있는 듯하다.

지극히 결정적이고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구성된 제프월의 작업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창작적 연출의 개념인데. 그의 영상은 마치 영화와도 같이 연속된 시퀀스 속의 한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이루어지지만, 하나의 프레임에 질서없이 잡다한 의미를 주지 않는다. 거의 한가지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면서도 다이내믹한 비례와 색상 활용, 빛의 방향, 구도의 배치 등을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한가지로 고정된 의도에 질리지 않도록 한다. 일례로 풍경 사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진에서 그의 창작적 연출이 읽힌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사물을 왜곡하거나 실재와 다른 뭔가를 만들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가치를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순간적 장면에 의해 표현함으로써 그 장면을 보는 관람자들에게 실재성을 느끼게 한다. 관람자는 이미 알고 있다고 느끼는 의미를 재확인하면서도 작가의 전진 행로를 따라 각기 다른 사회적 주체의 상황을 마치 바로 앞에서 일어나는 일로 경험하게 됨으로써 이미 알고 있지만 어디에선가 지금 순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장면들에 보다 확장된 논의의 차원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의 이동과 사물의 배치는 제프월의 작업에 나타나는 중심적인 오브제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빛, 그로스테크한 찢어진 조각들, 바람, 우유, 문어, 다리밑 광경과 같은 오브제들은 모두 사건과 의미의 이미지를 전하는 메타포다. 작가는 한가지 씬(scene)을 전혀 다른 오브제들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실존적인 개인의 의식이 심리적 순간과 사회적 순간, 개인과 현실과도 같은 내적 차원과 외적 차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79년작 <여성을 위한 사진(Picture for Women)>은 담담해보이는 듯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표정의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사진 스튜디오라는 직업의 장소의 의미를 묻고 있다. 여성이 사진의 모델이 될 때 사진 모델과 작가는 동등한 협력의 관계이지만 미묘한 뭔가는 남는다. 1993년작 <갑작스러운 돌풍(A Sudden Gust of Wind)>에서는 농촌의 들판에 서 있는 정장 차림의 신사들이 갑작스럽게 맞딱뜨린 돌풍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회적인 위치, 현실적인 성취가 자연의 현상 앞에서는 평등한 것으로 귀결함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들 장면들의 공통점은 뻔해보이는 의미라고 하더라도 공간의 이동과 사물의 배치를 창의적으로 가져갔다는 점에 있다. 오브제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서 그러한 영상의 메타포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오브제의 외적 차원에 의해서, 사물이 지속적으로 전해주는 현실 세계의 내적인 규칙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사실적인 재현을 주로 한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 지닌 의미는 사회적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도큐멘터리를 의도하는 작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도큐멘터리 또는 저널리즘과 구분되는 성격은 그의 작품은 철저한 창작인 반면, 저널리즘과 사실주의는 연출적 요소가 없이 촬영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순간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고 하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전천후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은 제프월의 사진방식(cinematography)이 지니는 우월성을 나타내준다고 하겠다. 사회의 여러 장면들을 결합해주는 오브제의 포괄적인 리얼리티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볼 때 창작적 연출의 소재가 되었으며 세심한 무대 배치와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이 초래할 수 있을 부자연성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제프월의 작업은 이처럼 의미와 오브제의 다양한 차원들을 결합해주는 포괄적인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기에, 작품 속의 이미지들 역시 개별적인 범주가 아닌 보편적인 이치 속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리얼리티의 이러한 위상은 누구나 뻔히 알고 있는 의미적 작용이라고 하더라도 관람자로 하여금 사회적 현상의 저변에 존재하는 법칙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언제나 공공선의 전제를 근저로 하고 있기에, 실존적인 무리수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조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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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청색공책
청색공책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자 정보 제공자입니다. 어린 시절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이겨내고 활로를 찾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탐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관심분야가 특징이구요. 도서관 사서와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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