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사진가가 바라본 사물의 내적인 인상을 전달하는 매체입니다. 사물의 내적인 인상은 사진가의 내면에 의해 나타내져보이기에 사진가의 내면을 구성하는 심미안을 단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사진가 각자의 삶의 이력이나 평소의 관점이 미묘하게라도 개성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사진의 표현성이라 평소부터 사유하고 궁리해둔 것을 기반으로 해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해두는 것이 아주 중요한 단련의 요령입니다.
사진가들은 보통 주변의 사물을 깊은 호흡으로 느끼고 바라보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사진가들이 촬영한 사진을 담은 사진집을 보면서 이분들의 표현성을 자기의 사진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늘 생각해두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민속촌 입구의 장승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 똑같이 장승이 찍히고 주차장을 찍으면 똑같이 주차장이 찍힙니다. 모두들 감각적인 포착을 하는 것을 잘하는데, 찍고보면 똑같이 되는 것인데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고유의 의미가 담길까요?
조형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사진은 조형 예술이라고도 합니다. 사진의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외관에서 발견되는 내적인 질서가 있습니다. 구도에 대한 비율적인 원칙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중심 제재가 되는 인물이나 사물들에서 느껴지는 감성적인 인상이 보자마자 확 드러나게 되어 있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물이나 인물에서 드러나는 외관 그자체만을 바라보지 않고 그 사물이나 인물의 즉시 보이지 않는 무엇 즉 내적인 질서를 포착해서 이를 충분히 가공한 조형의 원리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동차가 주차해 있는 모양을 보면 주차선이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특별할 것없이 익숙한 광경이지만, 자동차들이 다 떠나간 주차장을 보면 주차선이 주차장 전체로 볼때 평소에는 잘 안보이던 무늬로 보이기도 하죠. 큰 규모의 장소에 그려진 무늬의 패턴도 큰 스케일로 보이고 선이 그어진 부분을 잘 보면 조금씩 선의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것도 보입니다. 이로부터 획일화된 무늬의 모양과 떨어져 나간 선의 페인트에서 의미를 부여하면서 구도를 잡아 찍고 캡션을 달면 그냥 주차장의 페인트칠에 불과한 사물에서도 의미가 길어올려집니다. 큰 규모라고 할때 느껴지는 느낌은 사회의 전체성으로도 느껴지고 획일화된 무늬는 개성이 사라지는 사회의 전체성으로 될 수 있고, 떨어져 나간 선의 페인트에서 삶에 치이는 개인들의 고뇌처럼도 느껴지니까요. 그리고 휴일날 사람들이 유원지로 떠나간 시각에 비어있는 동네 플라자의 주차장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빨간색의 스포츠카를 보고 20도 각도로 기울어진 앵글로 찍으면 이것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죠.
중요한 것은 외관에서 드러나는 것보다는 외관에서 잘 안보이지만 부각해서 찍으면 느껴지는 내적인 질서를 포착해서, 문학적인 의미, 잘 맞추어진 구도, 임팩트가 주어지는 색상 선택, 일반적이지 않은 앵글과 같이 조형적인 기법을 혼합해서 배우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진가가 찍은 사진집을 볼때도 같은 덕목으로 읽으면 좋은데요. 장승을 보고 그냥 장승으로 보지 않고 자세히 보면서 장승이 솟아있는 길이를 볼때 조금씩 휘어진 조형성을 살려내도록 주변의 사물의 조형성과 함께 두어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자체의 모양을 있는 그자체를 넘어선 느낌으로 담아내려는 구상을 하면서 보면 좋습니다.
이를 하려면 아른하임과 같은 저자가 분석해둔 것처럼 우리가 사물을 바라볼때 패턴을 통해서 보는 원리를 논구해둔 저서를 봐도 좋구요. 이를 잘 보면 사진을 최대한 단순화해서 직사각형의 내부에 동그란 원이 자리한 위치를 볼때 느껴지는 무게감이나 무게중심이 느껴지는 원리를 분석해둔 예술심리학 저서를 봐도 좋구요. 사진을 가르치시는 김성민 교수님의 저서처럼 색상과 구도, 원근감, 무늬 등을 조합하는 것을 알려주시는 저서를 봐도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즉 외관에서 보여지는 것을 넘어서서 조형 예술의 기반 개념을 잘 반영하면 그것이 주제를 사진답게 표현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구요. 다른 사진가의 작품을 볼때도 이 조형 예술의 기반 개념을 포착해서 자신의 느낌을 더해 새롭게 재조립해서 구성하면 창작하는 사진이 됩니다.
사진집을 보면서 심미안을 단련하는 방법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