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흔히 번득이는 재치라든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뼈를 깎는 단련에 있다고들 합니다. 이론가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괜히 주눅이 들지는 않겠지만 무언가 부담이 주어지는 과제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뭐 물론 그냥 사물을 보고 감각적으로 느낀 바를 카메라로 포착해서 담기도 하는데요. 상당히 많은 경우 어디선가 본 사진이 되거나, 대상에 의존적인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잘 찍은 사진의 기준은 자신의 고유한 사실주의가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판박이 사진이니 대상에 종속되지 말라느니 하는 잔소리를 강의자분들이 귀에 박히도록 말씀하시는 것도 자신의 고유성을 담으라는 말이겠죠. 컨테스트 사진이 입상했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틀에 박힌 인상을 주는 것을 느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이에 대한 비판점은 비하보다는 보다 더 발전적인 관점의 반영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남들이 따로 지적하지 않는 사진 문화의 풍토에서도 그냥 내 느낌대로 합니다. 이 느낌대로가 주는 사진 표현의 이점은 그냥 별것에 신경안쓰고 가볍게 실천해내는 즐거움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면 (?) 왠지 내 사진이 내 사진같지 않고 어디선가 본 사진 같이 느껴지고 식상해보일때가 가끔 있습니다. 남들따라서 출사지에 가서 찍었는데, 그야말로 촬영이 아닌 판박이를 양산해내는 찍어온 사진 같아서네요.
이 경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진을 베끼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이 베끼는 기분이 드는 사진이 안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가지 실천 지침을 생각해봅니다.
(1) 한 장소에 오래 머물고 관찰하라
사람의 심미안은 시간을 들일 수록 깊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평소에 그냥 신경도 안쓰던 주변 건물들도 한자리에 멈추어 서서 주의깊게 관찰해보면 정말로 많은 사진의 재료가 눈에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북미의 주택을 보면 차고의 모양도 조금씩 다르고, 벽면에 가까이 가보면 벽돌의 패턴도 보이고, 바닥을 뚫고 나온 가지각색의 잡초도 눈에 띱니다. 이를 재료를 발견할때까지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보세요. 우리들이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가져온 의미 부여가 될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특별히, 80대 노인이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으러 온다든지, 양복을 잘 차려입은 비지니스맨이 건물을 지나간다든지 이런 포토제닉한 풍경도 포착이 될 것입니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거든 한 장소에 오래 머물고 관찰해보세요.
(2) 기하학적 문양이나 색상의 패턴을 늘 담으려고 노력하라
조형 예술의 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태를 구성하는 예술이 아름답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물은 눈에 보이는 이상, 다채로운 문양이나 색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쳤던 건널목의 풍경에서도 건널목 바닥에 그려진 통행로 무늬도 보이고, 신호등의 색상 변화나 정차해있는 자동차들의 다양한 색상과 차종이 그려내는 풍경은 다채롭습니다. 이들 풍경에서 형태를 단순화해서 추상화한 기하학적 문양을 잡아채거나, 여러 색상들이 한 곳에 모였을때 셔터를 누르면 조형 예술의 미가 담기게 됩니다.
전공자들의 수업때도 전승되는 가르침입니다. 강박같아도, 늘 기하학적 문양이나 색상의 패턴을 늘 담으려고 노력해보세요. 2%의 차이가 나머지 98%의 능력을 100%로 만들어줍니다.
(3) 평소에 너그럽게 바라보고 여유로운 사유를 해두라
버스를 타고 지나갈때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보면 온갖 상념이 떠오릅니다. 아침에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나왔는데, 과연 잘 먹고 있을까? 변두리 도로에 가장자리에 휴지조각이 널부러져 있구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진가라면 이런 상념이 떠오를때마다 사진으로 창작할 아이디어와 연관시켜 실천하기를 권합니다. 집에 와서 숨을 헐떡이며 반기는 강아지의 실루엣을 카메라에 담고 캡션을 그럴듯하게 다는 것, 두루마리 휴지를 조금 길게 뽑고 변기 언저리에 얹어놓고 촬영하는 등의 연출은 거창한 계획이나 계기로부터가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불현듯 떠오른 상념으로부터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휴리스틱하게 늘 사진으로 창조할 기회를 잡으세요. 그리고 여유롭게 한시를 읊거나 미술관에 가서 기발한 착상을 주는 작품을 감상해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조급하지 않게 여유롭고 천천히, 사유를 해두고 이를 떠올려가면서 작품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대략 정리가 되었는데요.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을 사진에 담으려는 노력은 누구나 가능한 무엇이고 처음에 초심자 시절에 딱히 지적하는 기회가 없어서 그냥 그렇게 활동하다가도 필요를 느끼면 또 발전이 되는 기회가 잡힙니다. 자신의 사진을 보고 늘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사진 자체는 주관적인 것을 극대화해서 촬영한다면 누구나 작품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어느날 자신의 사진이 무언가를 베끼는 듯 느껴지신다면 참고해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