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훈, 2019, 미학수업, 흐름출판

문광훈 저자(글)
흐름출판 · 2019년 03월 19일

예술과 문학은 심도 있는 연관성으로 우리의 삶, 세계에 대해 말한다. 삶과 세계라는 것은 정서의 구조체이고 이 구조체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풍경이 예술과 문학이라서다. 우리는 글을 보면서 그자체를 느끼기도 하지만, 심미적인 느낌으로 바라보고 사유한다. 문학 작품을 보고 이 소설 정말로 좋았어라고 느낄 수도 있고 뭐 이래?라고 느낄 수도 있다. 지구는 태양계의 세번째 행성이라거나 그 예술작품은 창작연도가 1560년이라고 하는 판단은 객관적 대상이지만, 문학이나 예술은 물론 객관적 대상이기는 해도 심미적인 주관적 해석에 열려 있는 것이다. 이 주관과 객관의 융합함 또는 우리가 삶에서 지속적으로 만나고 창출하는 것이 정서의 심미성이고, 이를 잘 표현하는 것이 문학과 예술인 것이다.

심미주의를 제안한 학자로 김우창 선생님과 그분의 제자이신 문광훈 선생님이 계시다. 삶은 복합적이고 실재적으로 심미적이라는 제안을 하신 것으로 풀이되는데, 인문학은 해석의 자기제한이고, 반성의 인문주의이며, 생활 속의 작은 도덕이 동심원적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내면성이라고 하는 제안을 하신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끔찍한 일들도 경험하기도 하고, 타인의 삶이 절망으로 치닫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권이 세워지지 않는 사태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더미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볼때도 그러하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콘체르토 KV622 제2악장을 들으면서 심적인 고요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절망과 우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제약이 보편성의 매개가 될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문학과 예술이 그 역할을 하면 이성의 초월이 있게 되고, 이성의 구조와 방향을 정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아름다움과 깊이, 균형, 마음이 어우러진 동근원적 자아는 세상을 이롭게 하고 마음과 자연의 일치를 있을 수 있게 해준다. 내면적인 것이 일정 부분 숨겨진 세계, 그러나 그 숨겨진 것이 기만이 아닌 세계, 그 숨겨진 것도 알아차리는 도덕의 심도가 바로 심미적 이성의 가능 근거이고, 삶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게 해준다.

책 뒷표지에 나온 문구가 이런 의미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예술의 경험은 우리의 세계가 그리 좁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준다. 넓고 깊은 삶의 지평을 떠올리게 하지 못한다면, 예술은 쓸모없을지도 모른다. 이 지평의 경험 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다른 가능성, 다른 삶의 형성 가능성이야말로 곧 예술의 가능성이고, 아름다움의 가능성이다. 다르게 살 수 없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의 배반이다. 심미적 경험이 삶의 변형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삶의 자발적 구성, 바로 여기에 미학 수업의 목표가 있다.”

이러한 마음 깊은 지평이 이 책 전반에서 빛을 발한다. 진중하고 사려 깊지만 지루하지 않고 배움의 시간이라고 느낄 수 있는 예술작품 해석이 각 장마다 펼쳐져 있다. 각 장의 내용은 시나 그림 등의 예술작품을 배경으로 삶과 세계의 이해에 심미적인 혜안을 주는 신문에 낸 기고문으로 되어 있는데, 그 혜안의 심도와 의미가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있다. 그저 문학적으로 수사를 늘어놓은 것도 아니고, 철학적 개념으로 뒤범벅해놓은 것도 아니다. 문예이론가의 혜안으로 신중하게 고른 표현에 배려감이 느껴지는 흐름, 정련된 솜씨의 철학적인 개념들이 어우러져서 예술작품을 그 자체로 보고 끝나지 않게 해주는 여운이 각 장마다 은근하게 드러나있다.

사실 일정 정도 나이가 되어 교육을 꾸준히 받아온 사람들은 예술작품을 봤을때 구체적인 소감을 말 못하더라도 다들 감각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다. 그러나 “예술이 아름다운 것은 예술 자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해묵은 감각을 일깨워 다른 삶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증명되어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미술, 음악, 문학, 건축 등 예술에 내재된 의미를 잘 짚어주실 뿐아니라, 같은 저자의 다른 책도 구해보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저자는 독문과 교수님으로 미학에 대한 책을 다수 저술하신 저술가다. 이름이나 직책만으로 알려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을때 왜 그런지 마음으로부터 이해가 된다.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 2007년에 “교감”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다시 펴낸 책입니다. 다른 점이 있는지는 확인을 못했구요. 구해보시려는 분들을 위해 제목과 서지사항을 다시 펴낸 책으로 대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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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청색공책
청색공책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자 정보 제공자입니다. 어린 시절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이겨내고 활로를 찾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탐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관심분야가 특징이구요. 도서관 사서와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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