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한국 젊은이들은 어릴적부터 글쓰기 공부를 꾸준하게 해온 학생들이 많아서 글쓰기 자체는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수능 공부에 치우칠 수는 있어도 글 이해에 대한 수업을 많이 받아오고 성실하게 임했다면 책을 읽어도 자기의 생각을 글로 쓰는게 안어려울 수 있습니다. 서평도 이런 기반에서라면 특별하게 따로 안배워도 되죠. 이 글에서는 서평을 쓰고 싶고 책은 이해했는데 표현을 고르기가 어려울때 대처 방법을 요령으로 알려보겠습니다.
책이라는 매체는 언어로 사고를 전달하는 매체입니다. 언어라는 것이 매개체가 되기에 저자가 말한 것을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고 일정 부분 잘라내지거나 더해지기도 합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이해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또 달리 말하자면 책을 읽을때는 저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단계상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가 말하려고 하는 바를 구체화하는 재료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약간 투쟁적이지만 이해하기 쉽고 결단내리기 쉽게 하는 주제로 남녀성평등 문제를 읽는다고 해봅시다. 학문에 경험이 없는 경우 특정 표현을 고를때 너무 신중해지기 쉽습니다. 진정성을 지켜서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본능적으로 알기에 그런데요. 이 경우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딱 잘라 생각해봐도 괜찮은 주제부터 책을 읽고 글을 써보면 좋습니다. 자신이 남자라면 보통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불만이 있게 마련이고 남녀성평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군가산점 폐지나 모든 남성이 늑대는 아니다라는 등의 생각이요. 이 생각들이 기반한 현실 조건이 매우 중대하고 대립적이라 권리적인게 더 잘 드러나는 글이라 의견 제시에 부담이 적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봐도 괜찮은 주제라는 것이죠. 때로는 남자지만 여성주의를 옹호하기도 할 것이고 자기 입장에 따르는 부담보다는 권익 수호라는 면이 강해서 이를 다룬 책을 읽고 의견제시를 해보세요. 단호하게 해도 됩니다.
물론 일베나 메갈의 경우 논증하기에 따라 한쪽편을 들 수도 있고 둘다 미친 사람들로 간주하기도 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오바안하고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하면서도 진리추구를 한다는 전제를 세워 실천하는 것입니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것이 거부감이 있으시다면 인정을 베풀어주는 저서를 구해서 보시면 마음도 편하시고 표현 연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정을 구현하시고 싶으시다면 융 학파 정신분석가분들이나 정신의학 전문가분들의 글들, 죽음에 대한 수녀님들의 싯구 등을 읽고 서평을 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책 선택을 할때도 앞서 글에서 언급한 카테고리 가지치기를 할 수 있으면 스스로 찾아내지는게 가능해지네요.
많은 경우 학문을 안해보고 주장적인 글을 많이 안써봤다면 책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표현을 이렇게 하면 누군가 피해를 보는게 아닐까? 표현을 저렇게 하면 안되지 않을까?와 같은 진리추구적인 걱정이 앞서서 글이 잘 안써지는데요. 이 경우에 철학 교수님들도 추천하는 것은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딱잘라 말하기를 해야하고 이경우 자기를 지지하는 논거가 있으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책을 이해할때 저자가 제시한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멈추는 습관은 나쁜 습관이네요. 저자가 쓴 것을 정확하게 독해하면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반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저자가 쓴 표현 그대로보다 이로부터 일으켜지는 휴리스틱한 생각도 듭니다. 이런 것을 익숙하다면 기억해두거나 노트정리를 해두고 시간날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서평에 쓰는게 적합할 것 같은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글쓰면 되죠.
하나더 지켜보면 좋을 것은 특정 분야에 속한 책을 볼때는 내용 이해말고도 그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개념어를 파악해서 이 개념어와 표현으로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감각입니다. 모든 분야는 물론 개인차가 큰 분야도 있긴 하지만, 그 분야를 특징짓는 개념어나 표현이 통용되는 것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석철학의 예를 들면 개념어가 담지하는 사유의 구조가 있어서 이 개념어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서 쓰는 능력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구요. 요리학의 경우 우리가 그냥 쓰는 것 같은 개념어인, 고명, 조림, 찜, 돔베 같은 용어도 자세하게 논의하는 습관을 체현하려고 하는 것을 책을 읽는 이유로 두면 좋습니다. 이 개념어들을 잘 체현했다면 서평이 더 분야에 맞게 되구요. 이 분야의 특징도 자연스럽게 서평에 반영되어 보다 더 신뢰감있는 글이 됩니다.
대충 의미가 전달된 글이니 정리하자면요.
(1) 책은 정답보다는 평소의 자기 생각을 구체화하는 표현 재료로 읽는다
(2) 생각의 표현은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결단내려 자신있게 쓴다
(3) 이분법보다는 종합적인 궁리를 한다
(4) 책이 속한 해당 분야의 개념어와 표현을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체현한다
이 네가지를 우선 해두시면 책은 이해되었는데 서평이 안써질때 해결방법이 생각날 전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