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진 프로젝트다
김성민 지음
도서출판 돋보기 펴냄
2019년 3월 15일 1판 1쇄 펴냄
사진을 잘 찍으려면 여러 조건을 실천해야 한다. 수 많은 여러 조건 중에서 해볼만한 것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계획을 세워 이 계획대로 움직이며 꾸준하게 찍는 사진이다. 주제를 정하고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다각도로 고찰해서 실재 현장에 나가 기다리며 바라보고 연구한 주제와 연관시켜 조형적인 작업을 해낸 끝에 촬영한다. 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을 적용한 것으로 프로젝트 사진이라고 명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겠지만, 일반적인 사진 이론을 자신의 색채로 녹여내는 것을 어떻게 하고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 자기만의 스타일이 정립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카메라매고 좋은 출사지 가서 충동적인 사진을 찍더라도 우연적인 멋이 담겨있을 수 있고 이것도 사진의 한 방법이지만, 보다 더 체계적으로 고찰해서 계획해서 찍는 프로젝트 사진은 표현하려는 바에 대한 보다 나은 방법이라고도 말해볼 수 있다.
저자 김성민 교수님은 잘 생긴 사진을 넘어 주제가 있는 사진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고 있다.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추어 사진을 기획하고 찍는다. 이게 모든 사진 작업이 알게 모르게 거쳐가는 단계라고 볼 수도 있어서 당연하다고 느끼지만, 상당히 내공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다들 느끼게 된다. 주제를 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내공을 요하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필요한 작업이고 기술을 넘어선 표현의 단계에 이를때 거쳐가야 하는 필수 단계라서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는 잘 생긴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주제를 정하더라도 발상이 안되고 막히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해도 남들이 해본대로만 되는 것을 넘어서려는 독자라면 김성민 교수님의 “이제 사진 프로젝트다”를 읽어보면 아주 선명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어 추천하고자 한다.
물론 김성민 교수님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지금 카메라를 들고 나가 촬영하는 것이라고 서두를 떼신다. 누가 이미 찍었든 말든 실천하는게 좋다. 교수나 선생님이 추천하는 것은 이미 안다면 그분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해보자. 프로젝트의 시작은 자율성이고 스스로의 관점을 스타일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이책을 저술하신 동기가 된다.
이를 위해 사진이 어떻게 흥미 요소를 가지게 되는지, 그 흥미 요소를 고찰하고 스스로 만드는 방법을 말씀하신다. 흥미로운 주제만을 찾는다면 쉬운 셔터누름만으로도 잘 생긴 사진이 나온다. 이런 것을 소재주의 사진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잘 찍으려면 소재보다 표현 능력이 우선이다. 내가 참여했던 사진 교실에서 호숫가에 가서 사진을 찍으러 간적이 있다. 여기에서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래 백사장에 호수 너머 저편의 지평선과 같은 흔히 보는 사물들이 있었다. 소재를 찾아다니다가 찍은 사진은 그렇고 그런 풍경사진이었고 타학생들도 같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학우분이 찍은 사진은 매우 특별했다. 소재는 난간이라 흔한 소재였지만, 그 학우만의 관점에서 찾아낸 난간 위의 조형물과, 창의적인 구도잡기, 흑백처리 등의 표현 요소들이 융합되어 하나의 작품, 남들이 창안하지 못한 작품이 되어 있었다. 즉, 흔히 보이는 장소에 가서도 오래 보고 기다리고 조형 예술의 기반 개념을 잘 반영하면 그것이 주제를 사진답게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즉 잘 생긴 사진을 넘어 주제가 있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소재주의를 넘어서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나로부터 시작하고 매일 찍는다. 함께 사는 강아지는 나의 일부다. 소재는 식상해도 마음으로부터 좋아하는 대상이라 생각도 잘 이어진다. 물론 그냥 강아지의 모습만을 담기보다 궁리를 한다. 예를 들면 애견에 대한 사랑만 찍기보다, 12년을 살아온 노견의 황혼기를 주제화해서 창가 노을을 바라보는 구도로 강아지를 사진폭에 담는다든가. 평소에는 귀엽고 착한 강아지가 갑자기 무섭게 짖을 때의 느낌을 상기해내서 어두운 방에 비추는 서광이 만든 강아지의 실루엣을 담는다든지와 같은 궁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큰 키로 서 있는 자기자신의 위축된 모습의 실루엣도 함께 담는다. 이는 남도 아니고 나, 나의 가까운 존재에 대해 시작한 사진이라 궁리도 잘되고 애착도 잘 되고 진행과정을 자기가 다 통제할 수 있어서 좋은 방법이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생각이 안나는 경우에도 매일 작가들의 사진을 보고, 출사나가서 1만매의 사진을 매일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일 찍고 1만매를 샅샅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못느껴본 것에 대한 심미안이 생성된다. 그리고 매일 하되 한가지 주제에 몰입하는 것도 좋다. 아파트 베란다도 때에 따라 달라진다. 언제는 헹어에 색색가지 옷이 걸려있을 수 있고 비가 오는 날에는 물방울이 맺힌 모습이 다채롭다. 이러한 표현 요소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몰입의 힘이다. 이를 주제를 정해서 같은 베란다를 매일 보고 표현하려고 하면 사진 프로젝트는 훌륭해진다.
이를 잘하려면 메타포에도 능해야 한다. 능하면 좋다. 특정 집단을 주제화해보자. 산사의 동자승, 시장의 상인, 공장의 일꾼들, 학교의 축구 선수들 등등. 여기에 장면에 대한 언어와 연상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사진은 더욱 더 풍성해진다. 언어와 연상도 늘 작가들의 사진과 해제를 보면 얻어지는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 고유의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이를 주제화하는 것은 주제의 범주를 참고로 해서 특정 개념이 적용되는 대상을 그룹화한 연유에 메타포적인 해석을 이끌어내는 역량과 연관되어 있는 사진적인 능력이다. 이를 위해 싯구도 가까이 두고 읽고 케르테즈나 브레송 같은 작가주의 작가들의 사진집도 보자. 늘 풍부한 상상력으로 상식을 넘어선 사유도 해보자.
그리고 아깝다는 생각도 버린다. 일단 1만매를 찍어보는 것이 순서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뭔가 초견상으로 느낌이 확 오지 않으면 버릴줄도 알아야 한다. 사진을 보고 울림을 주려면 첫느낌부터 임팩트가 주어지면 좋다. 조형 원리와 구도, 빛의 활용, 색상과 컨트라스트의 표현, 잘 못보는 대상 등의 조건을 잘 조합하되 딱 보면 느낌이 오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이는 감각적이기도 하고 인식적이기도 하다. 여러번 찍다보면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이를 기억해두고 사진 문헌을 뒤져가며 구체화해서 글로 써보자. 이 탐구 과정과 표현 과정에서도 프로젝트 사진에 대한 공부가 된다.
김성민 교수님이 해설해주신 것에 기반해서 내 표현으로 내 견해를 표명했다. 그런만큼 잘 된 책이다. 김성민 교수님의 특별하신 능력이 작품 사진을 찍는 구체적인 방법을 남들이 해설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상하게 해설해주신다는 것인데 이책도 그렇다. 사진에 관심이 많고 보다 더 심도 있는 작품 세계를 구현하고 싶다면 강추하는 책이다. 사진의 시대에 우리도 사진가가 될 수 있다. “이제 사진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