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본적으로 시각적 상상력을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는 사물과 개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프레임’에 담아 표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계를 다루는 솜씨와 기술적인 능력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점적 개성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달리 말하자면 자신의 생각을 ‘개성’있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매체라는 사실, 그리고 어떤 ‘기대감’이 모두 사진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남들이 찍은 사진을 보다보면 자신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창작의지와 기술적 구현은 사진의 특성일 뿐만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사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만큼 만족감을 주는 일이 또 있을까요? 창작이란 자기표현 그자체 입니다. 남들과는 다른 무엇을 내면에 가지고 싶어하고 것, 그것을 드러내는 일. 자기표현과 함께 그 과정을 즐기는 일. 바로 이런 사진의 면모가 우리에게 사진의 중요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진이 대중화된 이유도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이 대중화된지는 15년 정도밖에 안된 것 같습니다. 사진 전체의 역사는 200년 정도인데 누구에게나 개방된 것은 근 15년 정도 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서 이제는 누구나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 말해무엇합니까?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사진 카페와 커뮤니티가 즐비하지요. 15년전 200만원을 호가하던 DSLR이 이제는 4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나요? 장비와 기술의 보급과 함께 사진에 관심이 생기고 그런 기계적 체험의 욕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변이나 신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습니다.
사진은 신제품에 대한 기계적 체험이 전부일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일정부분은 거쳐가야 되는 과정일 것입니다. 예술에 도가 중요하다면 예도 중요하듯이 기계를 보고 사용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멀리 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단지 내용이 있는 사진을 찍는게 중요하고 기계적 작동에만 의지하지 말라는 것일 겁니다. 소비욕구가 과도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사진적 정신’을 따르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경험과 예기가 넘치는 두쉬민이라는 사진의 전문가는 말하길 사진은 곧 비전이라고 말합니다.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 바라봄에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가 비전이라는 하나의 지시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의 책을 보면 비전에 대한 강조와 자부심이 들어있는데 그만큼 사진의 의미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사진가는 특별해보입니다. 비전은 곧 개성이고 자기표현의 방식이며 그것을 자기만의 전유물로 하기보다 남들과 나누고 남들과 함께 변화하는 힘을 가진 사진의 의미 그자체일 것입니다.
사진이 곧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남과 함께 할 때 우리는 감동을 느낍니다. 우리가 카메라로 사진을 보는 범위는 기껏해야 뷰파인더나 LCD 크기 정도지만 사진을 구현하는 방식은 더 넓게 여러가지가 가능하고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사회 문제를 고발하고 해결하는데 노력을 바치고, 웨딩사진가들은 인생 최고의 이벤트를 아름답게 보존하는데 관심을 갖겠지요. 우리들은 어떤 것을 바랍니까? 남들이 안하려고 하는 것에서 남들이 하려고 하는 것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그런 경지를 바라시나요? 자신만의 개성으로 틀을 만들고 남들과 나누고 소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진의 매력이며 사진의 의미일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사진에 대해 기술적인 것과 표현적인 것으로 나누어 소개해보겠습니다.
1) 기술적인 것
사진의 시작을 말할 때 사진의 발견이라고 하지 않고 발명이라고 합니다. 발견이냐 발명이냐의 차이에 의한 논쟁이 있게 마련이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 현상에서 고정된 상을 얻는 현상이 발견된 것에서 그 상을 고정시키는 특수한 방법이 발명된 것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다수의 독립된 과학자들이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물체의 상을 잠상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그중 한명이었던 니엡스라는 사람이 개발해낸 방법을 다게르가 최초로 실용화할 때 발명의 형식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사실상 발견과 발명의 요소가 둘 다 들어있는 것이 사진의 기술성입니다. 상이 맺힌다는 것은 곧 빛의 현상에 의한 것이고 그 빛의 현상을 우연하게 발견한 이래 현재의 사진술이 특정한 방식으로 발명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빛의 현상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물체는 빛을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반사된 빛을 반사하는 물체를 광원이라고 하면 그 광원에서 사방으로 빛을 반사하고 그 반사된 빛을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기본적인 상의 맺힘 현상입니다. 카메라로 치자면 빛이 렌즈를 거쳐서 굴절되어 센서에 상을 형성하는 원리와 같습니다. 즉 상의 맺힘 현상은 자연적인 빛의 현상이고, 그 ‘상의 맺힘’ 현상을 이끌어내는 기술성이 사진술의 기본 원리입니다. 이 상의 맺힘 현상은 광선성과 화학성을 지닌다고 하면 맞는 말일 것입니다.
사진술의 유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화학적 유형. 둘째, 디지털적 유형. 첫째 유형은 사진의 시작으로부터 전통적인 방식을 의미하고 둘째 유형은 더욱 진보된 형태로 최근에 일반화된 유형임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아래 설명도 아는 분이 많이 계시겠으나 설명의 첫편이므로 설명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첫째 유형이 화학적이라는 수식어로 수식되는 이유는 초기 카메라의 원리에 의한 것입니다. 은판사진술과 같은 초기 형태의 필름 기술은 은염류가 빛에 반응하고 안하는 화학적 성질에 의해 상을 고정시키는 원리로 작동했었습니다. 은염류 중의 특수한 것은 빛을 오래 받으면 부식액에 담갔을 때 빛을 받은 부분은 쉽게 부식되고 안 받은 부분은 부식이 안되는 원리로 변합니다. 이렇게 얻어진 필름판을 프린트하거나 현상하는 것도 화학적인 약품에 의한 것입니다.
이보다 더 다루기 쉽고 가벼운 현대적 필름이 대중화된 이후에도 컴퓨터에 사진 이미지를 스캔해서 편집하는 방법은 존재했었습니다. 필름스캐너로 필름을 스캔해서 이진화시킨 파일로 만들어서 포토샵과 같은 소프트웨어로 리터칭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둘째 유형인 디지털적 유형의 시초입니다.
그보다 더 진보된 형태의 디지털적 유형은 센서를 이용한 전자기 계통의 카메라를 이용해서 상을 만드는 단계부터 디지털적으로 다루는 방식인데 우리가 흔히 보는 현재의 사진술은 다 이런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되는 추세입니다. 필름대신 센서를 달고 이 센서에서 빛의 강도를 계산해서 내부 회로적으로 이진화된 이미지 파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이미지 파일을 카메라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바로 다운로드 받는 방식입니다.
디지털적 방식이 화학적 방식보다 더 진보되고 개량된 형태인 것은 맞는데 아직도 두 가지 방식이 모두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지 시대의 대세가 디지털적 방식으로 기울어지고 있어서 수지 타산 같은 것에 의해 업체가 더이상 화학적 방식에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두가지 유형 모두 사진의 이해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실재로 대학의 사진학과에서는 필름사진을 해본 경험을 입학요건으로 요구하기도 하더군요.
2) 표현적인 것
앞서 살펴본 사진술의 기술적 두 유형, 화학적 방식이든 디지털 방식이든 사진의 기본은 표현성입니다. 사진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냐의 문제는 제일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표현성의 문제인데, 어떤 표현방식의 공통되고 일관된 것이 존재하느냐, 주제 같은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느냐와 같은 것을 말합니다. 그래야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고 보면볼수록 이야기가 들려오는 그런 사진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표현적인 것은 기술에 대한 지식과 실용적인 경험의 차원입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의 배합 능력을 기르고 채색의 기법을 구사하듯이 기술적인 것은 사진에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지, 사물이나 사람의 구도나 배열은 어떤지, 셔터스피드는 어떤 정도로 조정할 것인지, 렌즈는 뭐를 쓰고 조명을 인공적으로 가해줘야 하는지 등이 기술적인 것으로 일정시간만 들여주면 누구나 도달가능한 경지입니다.
이보다 어렵고 도달과정이 천차만별인 것은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경지일 것입니다. 앞에서 공통되고 일관된 것의 존재가 곧 표현성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런 문제입니다. 색상을 강렬하게 하는게 좋은지 은은하게 하는게 좋은지부터 소소한 일상을 담는게 좋은지, 정치적인 이슈화를 하기가 좋은지 등등의 개성을 찾는 것입니다. 공통되고 일관된 표현 기반을 정해서 노력하면서 사진마다 다양한 느낌의 표현을 실현하는 것은 사진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개발해나가야 되는 과제입니다.
이런 개성있는 방식은 사물과 세계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뿐아니라 픽토리얼리즘이나 리얼리즘 같은 표현주의의 논의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 살펴보시면 재미 뿐아니라 사진적 실력도 한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스타일 만들기
‘스타일’은 본인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그것에 대한 태도를 의미합니다. 사진을 잘 하려면 반드시 형성해둬야 될 것이 바로 스타일입니다. 사물에 대한 태도, 개념에 대한 태도, 세상에 대한 태도… 태도가 없으면 단지 셔터를 누르고 뽑아낸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스타일을 확인하려면 일단 많이 찍어보시기를 권유합니다. 방안의 작은 물체부터 시작해서 고궁의 처마, 자연경관 등등. 찍어서 뭐가 담긴지 살펴보면 자기가 무엇을 관심있어 하고 잘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런 시행착오가 싫으면 자기의 전공이나 최대 관심분야에 한정해도 됩니다. 역사에 관심있으면 역사적인 사물을, 과학에 관심있다면 과학분야의 주제성을, 아니메에 관심있으면 코스프레 같은 것을…
중요한 것은 이렇게 찍으면서 스스로 비평하고 보완하면서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한컷 한컷 찍어가면서 자신의 스타일이 정립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