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만 말해주어도 글이 한편 써지는 경우

잘 단련된 철학도분들은 기준점만 말해주어도 글이 한편 격식과 내용이 갖춰지게 쓰십니다. 이를 철학도니까 그렇지… 하고 넘어가기보다 그 세부적인 인지적 기제를 알면 누구나 글을 잘쓰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들은 어릴적부터 공부를 하도록 인도받은 세대라 인지적 기제나 요령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애요.

우선 팩트적으로 읽을때와 자율적으로 읽을때의 구별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팩트적으로 읽는 모드에서는 우선 신뢰하는 텍스트라는 전제가 있을 경우이구요. 비교적 초심자 시절에 기반 지식을 배워야 할때를 의미합니다. 그냥 읽고 이해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읽기라는 것이죠. 반대로 자율적으로 읽는 모드에서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기생각과 비교해서 읽는 경우인데요. 내적 표상과 외적 표상을 기민하게 비교해가면서 읽으면서 읽은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읽기 과정입니다.

이 두 모드는 우선 텍스트의 선별에 의합니다. 텍스트를 읽는 목적과 용도를 우선 알아야 하구요. 자기의 입장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해야 하네요. 흔히 질문하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는데 질문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공부의 목적과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구체화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이것이 바로 팩트적으로 읽을때와 자율적으로 읽을때의 단계와 협응하는 능력입니다.

다들 살아가면서 하는 고유의 생각이 있습니다. 문을 보면 안가르쳐줘도 손잡이를 돌리면 열릴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아이들에게 본능처럼 있구요. 나이가 들면서 알아가는 난이도가 높아지는 판단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본능이 있습니다. 문을 만들려면 목재가 필요하고 목재는 어떤 종류가 있고 목재를 자를때 자와 초크, 톱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의 판단을 누구나 하는데요. 이를 암묵지라고 한다면 기술지를 토대로 배우게 되고 이 배운 것이 친숙지가 되는 원리가 존재합니다. 이 원리를 알면 질문도 잘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관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되고 생각을 구체화해서 표현을 자기 것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평소에 하는 생각을 구체화해보면 자기가 철학을 해도 되는 단계인지, 자기 생각이 철학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생각인지, 어떤 텍스트를 읽고 어떤 발전을 해나가야 하는지가 답이 나오게 되죠.

우선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믿고, 책을 읽으면 좋습니다. 물론 수학처럼 수식을 이해할때의 노하우를 스스로는 배울 수가 없는 분야도 있어서 스스로 하는게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피아노 연주나 그림도 그러한데요. 이 경우에 누구나 글 읽고 생각하는 것은 할 수 있으니 자율적인 능력을 갖추려고 하는 태도만 있으면 일단 기본기는 될 수 있네요. 자신감을 가지고, 그냥 받아들이기보다 한번 가르쳐보려는 것도 마음으로 품어보고 특히나 잘하는 분들의 글을 늘 접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것도 좋네요. 잘하는 것의 기준은 다들 아시는 것인데 예를 들면 네이버 AI가 나무위키에서 학습했다는 소식에 대해 많은 분들이 “에게 겨우 나무위키?!”라고 혀를 끌끌차도 실재로 나무위키에 올라온 글을 읽어보면 잘 해설한 글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판단하면 대세가 존재해도 자기의 생각대로 나무위키를 옹호하는 글을 써보면 어떤가합니다. 이 경우에 아무런 느낌도 안떠오른다면 아직 단계가 안된 것일테지만, “나무위키가 좋을때도 있는데?”와 같은 판단처럼 단순하더라도 구체화하려는 실천을 하면 되죠.

여기에는 카테고리적 사고법이 중요하네요. 각 개념이나 분야의 포함 관계를 트리 형태로 정확하게 분류하는게 가능하면 좋습니다.

“나무위키는 단순하다”라는 지식은

나무위키 → 장난을 잘친다 → 장난은 학문적이지 않다 → 단순하다

이런 판단 구조를 가질테구요.

“나무위키는 인물비평을 너무 신랄하게 한다”라는 지식은

나무위키 → 인물을 비난하면 안된다 → 인물을 너무 자세하게 이해하면 안좋다 → 나무위키는 뒷조사 같다 → 인물비평을 너무 신랄하게 한다

와 같은 판단 구조를 갖죠.

이 판단 구조의 각 항목을 잘 세분화했다면, 이 항목을 다각도로 검토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장난을 잘친다”는 “이공계통은 장난을 위트있게 친다”라는 반론을 떠올리면 “학문도 위트가 있으면 재밌다”라고 이어지게 되고 “수준이 높다”라고 되기도 한다는 것이죠.

나무위키 → 장난을 잘친다 → 장난은 학문적이지 않다 → 단순하다
vs.
이공계통 → 장난을 위트있게 한다 → 학문도 위트가 있으면 재밌다 → 수준이 높다

처럼 대조를 해보는 것입니다.

이 경우 숨은 지식은 나무위키를 만든 사람에 대한 지식이나 참여한 사람에 대한 지식, 나무위키가 발전해온 역사나 엔트리의 주제별로 가능한 판단의 경우의 가지를 잘 알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조사의 방법이 중요한 보조조건이죠. 인터넷에서 해당 경우들을 찾아보고 충분히 검토하고 반대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동의하기도 하고 등등의 과정이 잘 되는 것은 팩트적으로 사고할때와 자율적으로 사고할때의 구별을 스스로 할줄 안다면 배경이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무위키”라는 말에서 외연적으로 안보이는 사실인 “이공계통” “서브컬처”라는 배경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네요.

물론 나무위키 만능론은 아니구요 ^^ 대세가 나무위키를 AI가 참조한다는게 자랑할 일인가?라는 판단을 하더라도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고 이게 팩트적 이해와 자율적 이해를 실천하는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위의 나무위키 단순성에 대한 논제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나무위키의 글을 다 살펴보려는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실재로 치질처럼 대중매체에서 웃음거리로 만든 주제에 대해서도 나무위키의 치질 엔트리는 진지하게 해설해주죠. 그렇다고 노인이 다그치는 것도 아니고 젊은 의사분들이 해설해주시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엔트리가 발견되면 나무위키도 참고할만하다는 근거가 되므로, “네이버 AI가 나무위키를 참조한 것은 잘못된 일만은 아니다”라는 주장의 논거로 쓸 수 있게 되네요.

즉 기준점만 말해주어도 글이 한편 써지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팩트적 이해와 자율적 이해를 능동적으로 한 것에 기반합니다.

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1) 평소에 건전하게 살아라
(2) 자기 생각 표현하는데 집중하라
(3) 자기의 입장과 관점을 파악하라
(4) 질문하는 효율적 방법을 찾아라
(5) 대세를 때로는 거슬러도 된다

이 덕목의 실천입니다.

질문할때도 답변자가 원하는 답변을 안해준다면 답변을 멈출때와 이어갈때를 구별해서 나는 이러이러해서 질문을 했는데 더 질문해도 되는지, 이러이러한 것을 알려줄 수 있는지로 이어가도 됩니다. 이는 학문적인 것을 처음할때 답변자가 안해주면 그냥 압도되서 질문을 멈추기도 해서 언급하는 것인데요. 예의도 지키고, 답변을 얻는 노하우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철학도들에게 배우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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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청색공책
청색공책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자 정보 제공자입니다. 어린 시절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이겨내고 활로를 찾습니다. 평소에는 주로 탐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관심분야가 특징이구요. 도서관 사서와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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